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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ing/Think About

대한민국, 눈먼자들의 도시


포스터 아이들을 키우다보니 좀처럼 극장에가서 영화를 본다는 것이 어려워 거의 모든 영화를 가끔 아이들이 잠들어 있는틈을 타서 집에서 보는 편입니다. 그런 이유로 한참 개봉되어 이슈가 오가는 영화보다는 이미 극장에서 간판은 내리고 DVD로 출시가 되어야만 관람이 가능하다는 한계로 특별히 관람한 영화에 대해서는 별도로 블로깅을 하지 않는 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보게된 "눈먼자들의 도시"에 대해 블로그에 글을 남기는 이유가 영화의 주제와 작금의 대한민국의 현실과 많은 부분에 마닿아 있다라는 개인적 감상이 있어서 나름의 정리를 해보고자 블로깅을 해봅니다.

모두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눈먼자들의 도시"는 동제의 소설을 영화한 것으로 이미 소설은 속편(눈뜬 자들의 도시)까지 나와 있다고 합니다. 속편은 시력을 되찾은 자들의 도시 이후의 이야기라 하니 본 영화는 소설의 전편에만 해당하는 셈이네요.

일부 이 영화를 네티즌이 평가할 때 개연성이 없다고들 합니다만, 글쎄요 왜 눈이 멀었으며 왜 그들은 그렇게 나약했느냐 또는 어떻게 다시 눈을 뜨느냐가 그리 중요한 화두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영화를 보는 내내 느꼈던 생각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이기심으로 인한 폭력성이 참 무섭다." 였습니다.

실명은 단지 이런 인간의 단상을 유도하는 하나의 매개체일 뿐이라 왜 그렇게 시작됐으며 왜 끝이 나는가는 그리 중요한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하나둘 이유없이 발병하는 실명으로 세상과 차단되어가는 인간들과 그들에 대해 대처하는 이웃과 정치가들 그리고 실명된 인간들 내에서도 지배를 하고자 하는 인간군과 그에 편승하는 인간들의 단상을 통해 인간의 나약함과 이기심 그리고 폭력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나게끔 만든 영화였습니다.

"내가 만약 어느순간 곤란한 처지가 되었을 때 우리 이웃의 모습이 이런것일까?"


공포스러운 것은 수만은 군중들이 눈이 멀어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수의 인간에게 지배당한다는 점입니다. 그들 역시 눈이 먼 자들이나 단지 총을 하나 소지했다라는 이유하나만으로 처절하게 짓뭉개지는 것을 감수합니다. 이게 단지 공포로 인한건지 아니면 식량이라는 원초적 욕구에 대한 주도권을 가진자들에 대한 비굴한 복종심 때문인지는 확언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인간의 나약한 모습을 가장 큰 충격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바로 식량을 얻기 위해(또는 지배자들과의 전쟁을 피하기 위해) 수용소내 여자들을 그들에게 보내는 장면이었습니다.


와이프랑 이 영화를 보면서 계속드는 생각이 3호실을 지배하는 그들보다 훨씬 많은 다른 방의 사람들이 왜 그들과 맞서지 못할까 였습니다만 또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은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원초적인 두려움과 함께 지금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아주 작은 무엇을 그들과의 전쟁을 통해 한꺼번에 잃을까라는 두려움으로 인한 이러한 현상이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건 아닙니다.
실제 우리는 멀쩡하게 눈을 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용기가 있어 부당한 현실에 대해 용감히 맞서며 여러 동조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걸까요? 어쩌면 그들처럼 우리도 부당하고 무리한 요구이지만 가지고 있는 귀중품의 일부를 내놓기 시작해서 급기야 내 아내까지 넘겨저 버리는 어처구니 없는 행위를 하면서도 그들에게 받는 식량이라는 원초적 욕구을 채우는 댓가를 얻고 있는건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작금의 대한민국에서도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경제가 어려우니 수많은 청년실업자에게 비록 채용이 보장되지 않은 인턴 자리를 내주고 좋은 직장을 많이 만들어 내기 위해서이니 기업의 편익을 점차 도모해 줘야하고 부동산 시장 하락으로 건설회사 다망하게 생겼으니 공적자금이라도 투입해서 살릴 회사는 살려야 하는 동시에 적당히 규제도 풀어줘서 돈있는 투기꾼들이 다시 아파트를 살 수 있게 열어줘야 한다는 모든 논리의 전제조건이 "경제가 어려우니" 입니다.
그러다 보니 방송법 개정이 "민생 법안"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논리도 나오더군요.
지금은 아주 작은 하나를 양보하는 중인것으로 보이지만 언제 내 가족을 내놓으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이 영화를 보면서 연결되는지 저도 논리적으로 정확히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지금 보이는 작금의 상황과 이 영화속에서 수용소 생활이 자꾸 겹치는 것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절망만 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우리 이웃중에는 서로 돕고 힘이되어주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점과 그들이 서로 위안이 되어준다는 점이다.
또한 눈이 먼자 가운데 눈이 멀지 않은 자가 혼자 외로이 우리를 이끌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로인해 혁명은 눈먼자들이 다시 눈을 뜨는 자각으로 시작된다는 점입니다.(후속편이 만들어진다면 이런 자각한 자들이 다시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의 모습이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