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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ing/Think About

술과 친구

토요일에는 비록 지나가긴 했지만 내 생일이라는 명목으로 모처럼만에 대학 동기 몇을 만났다.

캠퍼스 생활을 한지가 엇그제 갔지만 그들을 처음 만난지도 10년이 훌쩍 넘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기 그지 없었다.

신입생 때 우리과는 법대 건물에 신세를 지고 있었다. 지금은 정보과학대로 분리되어 멋진 건물을 쓰고 있지만 그때는 공대에 속해 있으면서도 공대 건물에 과방도 과사무실도 없이 법대 건물에 대부분의 강의와 여가를 보내곤 했다. 그 옆엔 학군단 건물이 있었고 그 옆에는 작은 잔디가 있었다. 우리는 그 잔디를 "학군단 필드"라 불렀고 밤낮 가리지 않고 그곳에 모여 소주잔을 기울이곤 했었다.

기껏 새우깡이나 아니면 순대 볶음에 소주를 마시던 우리가 어제는 어느 단란주점에서 양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고 있는 것이 놀랍기 그지 없다. 불과 10년 사이에 이젠 친구들끼리 모여서 이런 곳에 오는구나 싶기도 하고 그 때에는 우리끼리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는데 이젠 우리끼리는 즐거울 얘기가 없어 이렇게 아가씨들이 있는 곳이 필요한 걸까 싶기도 했다.

 

여하튼 하루 지나고 나서는 썩 즐거운 기분이 아니다.

그냥 모처럼 만나 서로 얼큰한 매운탕에 소주 한잔이면 충분히 즐거웠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