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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ing/Think About

부동산에서 삥뜻긴 사연

요즘 집값이 많이 내렸다는 소리는 계속 들리고,
결혼 8년차에 집사는 마지막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들어 주말에 어리버리 부부가 집을 보러 나가보았습니다.

사전 조사를 해서 일단 집 근처에 20년 넘은 대단지 아파트단지로 동간 간격도 넓고 평형에 비해 실평수가 상당히 크게 나온지 곳을 선택해서 찾아가 보았습니다. 해당 아파트는 비교적 구매부담이 적은 20평형대 아파트라 해도 5식구 살기엔 큰 무리도 없을 듯 싶었고 향후 재건축으로 인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도 될거라 판단해서 타겟을 잡았습니다.

처음 들른 부동산.
일단 인터넷으로 본 매매가는 대부분 낚시라길래 실제 매물이 얼마정도에 나왔나 물어봤습니다.
요즘 여기가 투자기대수요가 많아서 급매물은 없고 대략 20평형대가 3억 5천이라고 하더군요.

흠... 그래도 비싸네 하며 우물쭈물하니깐...
부동산 주인 아주머니가 일단 아파트 구조도 보고 한번 판단을 해보라 하시면서 저희를 데리고 나갔습니다.
몇군데를 다녀본 결과 아주 오래된 아파트이지만 대부분 거주자 분들께서 인테리어도 다시하고 그래서인지 깨끗한 편이더군요.
그래도 서울 변두리 20평대 아파트가 3억이 넘는가니 이건 우리껀 아닌가보다 했습니다.

그래서 "저흰 그렇게 돈이 없고 한 3억 미만에서 급매물이 나올일은 없을까요?" 하고 물으니 3억미만은 가당치도 않다고 하시더군요....
그러더니 3.3억 정도는 어떻게 맞춰줄 수 있는데 만약 집주인이 3.3억해준다 하면 이건 무조건 사야되는거다 하면서 부동산 아주머니 두분이 번갈아가며 멘트를 날려주시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그렇게 네고를 할려면 확실히 사겠다 하는 경우에나 할 수 있다. 만약 살려고 하는것도 아닌데 3.3억까지 깎아놓고는 매수자가 그만둬버리면 동네에서 자기네가 많이 난처해 진다라는 겁니다.

그래서 또 우물쭈물..
사실 계약을 할려고 온게 아니라 시세 알아보는게 목적이었다 말씀드리니 시세야 인터넷 보면 다 나오는건데 뭘 알아보러 나오냐 걍 물건 싼거 있을때는 바로 잡지 않으면 후회한다.
어제는 전세사러 왔다가 싸다고 바로 매매계약한 사람도 있다 하시더군요.

저희 부부가 혼이 슬슬 빠져나가면서 전 현재 우리가 3억대가 넘는 아파트를 살 수 있는지 조차도 확인이 안되어 있다고 하니,
부동산에서 바로 은행 직원과 통화를 하면서 대출 가능금액까지 뽑아보더군요.
뽑아본 결과 역시 3억이 넘는 아파트는 대출을 최대로 받아도 우리가 가진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금액.
이쯤 되면 돈도 없이 집알아보러 다닌 셈이되니 조금 부끄럽긴 했지만 이야기가 마무리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러니 부동산에선 그럼 3.2억 정도 동원이 되겠냐 하더군요. 3.2억에 거래 만들어주면 이건 땡빛을 져서라도 사라 하시면서 주인을 불르는 겁니다.

주인이 오는동안 이래도 되나 싶었는데...
막상 오시니 주인집도 3.2억은 어림없다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아 역시 그럼 그냥 집에 가야겠다 생각하는데 남편분과 통화를 해보시던 주인집에서 까짓거 걍 합시다 이래버리네요.

이쯤 되니 상황이 제 쪽에서 안할래요 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계약서를 쓰면서 가슴이 계속 두근거리더군요. 돈이 지금은 없는데 어떻게 하냐 했더니 지금 카드로 서비스라도 받아서 한 300만원이라도 걸어놓으시라 하시더군요.
죽어도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는 사용안한다는 원칙인지라 일단 알았다 집에가서 계좌이체 해주고 정식 계약금은 한 3일 뒤에 보내드리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부동산 사장님(아주머니 남편분이신 듯)이 결혼식에 가셨다가 매매계약을 하신다니 직접 오셔서 하시겠다고 부득이 기다리라 하더군요.

그때다 싶어 좀더 시간을 두고 생각해볼 요량으로 그럼 저희가 집에갔다가 다시 계약금이나 이런거 준비되면 오겠다 했더니 막 나무라시는겁니다. 젊은 부부가 몰라서 그러나 본데 싸게 나왔을 때 빨리 계약 안하면 누군가가 계약 채가거나 매도자가 취소를 해버린다 하시며 자식같아서 말하는거니 바로 계약해야 한다고 하시데요. 이미 시청에서 택시 탔다고...

그래서 한 40여분을 기다리시니 사장님이 오셔서 계약을 하게 되었습니다. 휴....

계약을 마치고 집에가다보니 두 부부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싶은겁니다. 그래서 주변 지인에게 그 아파트 얘기했더니 팔짝 뛰시는 겁니다. 미친거 아니냐고...

부동산에선 재건축이 되는 지역이라 했고 용적율도 400%이니 현재보다 높이 지어서 잠실 주공정도의 부가가치가 나온다 했는데,
거긴 고도제한 지역이고 단지로 집입할 수 있는 대로가 주변 지형상 만들어 질 수 없는 등의 한계로 교통영향평가가 나올 수 없어 재건축은 거의 불가능한 지역이다.
리모델링을 하더라도 최소한 입주자 부담금이 1.2~1.3억은 예상이 되는데 그럼 4억 중반이다.. 지금 그 동네 4억 중반이면 어차피 30평형대를 살 수 있는건데 가능성이 얼마인지도 모르는 리모델링에 매달리는게 될 얘기냐.

그리고 현재 그쪽 시세가 얼마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최소한 그 지역 20평형대 시세가 3.2억이면 무지하게 비싼거다. 입주한지 얼마안된 새 아파트가 아닌 이상 2.8~2.9가 정상이다.
더군다나 대출을 2억이나 얹어서 산다는것도 문제다 니네가 당장 그걸 어떻게 감당할테냐.


.. 하니 할말 없더군요.

그분이 그래도 아직 계약금이 건넌게 아니고 관례상 계약후 24시간 이내면 계약 자체를 취소하는데 문제가 없으니 바로 취소하는게 좋다고 해서 부동산에 연락을 했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펄쩍 뛰시더군요. 왜 그 싼걸 포기하려하느냐 하셔서 이래저래 돈을 맞춰봤는데 어렵다 말씀드리니
이미 계약이 된거니 주인집이 계약금의 2배를 배상하라고 하면 배상해야 하는거다 이러더군요.
그래서 일단 매도인께 저희가 양해를 구하고 어찌되었든지 합의를 해주시면 되지 않겠는가 했더니 그럼 전화를 한번 해보라 하시더군요. 끊고 바로 계약서에 나온 전화번호로 전화를 드려보니 통화중이더군요. 혹 부동산에서 바로 전화를 한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살짝 들더군요. 몇번 시도한 끝에 드디어 전화가 연결되었습니다. 학교선생님이신 매도자분께서는 저희가 사정을 말씀드리고 번거롭게 해드려 너무너무 죄송하다고 읍조리니 처음엔 짜증섞인 반응에서 그럼 그렇게 하자하시면 허락을 해주셨습니다.

다시 부동산에 연락해 매도인께서 합의하셨다 하니 그때부터 급변하시기 시작하더군요.
계약 때문에 성수(낮에는 시청이시라더니 ㅡ_ㅡ)에서 택시까지 타고왔고 당신 부동산의 실장이 반나절을 집을 보여주는 등의 수고를 했으니 그럼 복비를 달라 하시더군요.
원래 매수/매도인이 각각 약 120만원 정도를 내야하는 거래건으로 매수자 귀책으로 거래가 성사가 안되는 것이니 우리쪽에서 240만원을 내야 하는거지만 거래가 완결된것도 아니니 50만원만 주면 계약서 취소해 주겠다. 아님 우리는 계약 취소 못한다 하시더군요.

헉....
일단 그래서 부동산으로 달려갔습니다. 어찌되었든 우리가 잘못한 것이니 사정을 했죠. 원 매도자께서는 빨리 계약서 파기하자고 제촉하는 중에 결국 그집 사장님께서 매도인 계약서를 찢으시고 나서 부터 50만원이 40만원 다시 30만원 또다시 20만원까지 금액을 낮춰주시더군요. 사정을 더하니 거기 사장님이 화를 내시면서 다 필요 없으니 내용증명 보내고 240만원 다 청구할테니 그런줄 알아라 이렇게 까지 갔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몇군데 알아보니 주변에서는 너희 부부 바보냐 뭐하러 거기가서 계약금도 안준 계약서 파기해달라고 사정을 하느냐 안가도 그만이고 돈도 안줘도 된다.. 어차피 계약상 계약금 들어가지도 않은 계약인데 그게 계약의 성립도 아니다 하시더군요.
하지만... 사람된 도리로 명백히 우리가 잘못한 거고 그분들이 수고를 한 것 역시 사실인지라.
다시 그 사장님께 전화를 드리니 사모님이 전화를 받으시더군요. 우리 형편이 넉넉치 못해 그러니 정말 죄송하지만 10만원만 보내드리겠다 제차 사정을 하니 한숨을 쉬시면 자식같은 사람들인데 바깥사람은 법대로 하자고 하는데 당신은 그러기 싫으시다면 그럼 그렇게 하자고 하시며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끝나고 나니 우리 와이프 그렇게 10만원을 계좌이체하고 나서 막 울더군요. 바보같이 우리 오늘하루 뭐한거냐고.. 없는 살림에 그 돈이면 우리 애들 맛있는거를 몇일간 해줄 수 있는데....
애써 달래면서 그래도 우리 오늘 배운거 많지 않냐고 수업료 냈다고 생각하라고 하고 끝냈습니다.

그 덕에 진짜 많은걸 알았습니다.

* 부동산 장부에는 매매가가 3.5억이던 아파트는 실제 매도인이 3.3억에 내놓은 것이었다.
   (말씀 나누다 원 집주인께서 흥분하셔서 나와버린 실제 매매가가 3.3억이었음.)
* 부동산은 3.3억에 어차피 팔릴거라 기대도 안했고 이는 집주인에게도 매물로 내놓은 1달여 뒤에 말해둔 것이었다.
   (부동산 사이트에 동일 아파트 물건이 3.2억에 올라온걸 나중에 확인... )
* 계약이란건 절대 신중해야 한다.


헐 나이 서른다섯에 이제 세상을 조금씩 알게되나 봅니다.